영어 유치원 꼭 보내야 할까요?

영어 유치원은 꼭 보내야 하는 것일까요? 남편이 원어민 영어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다 보니 유치원이나, 영어 학원 관련해서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이 계세요. 아이의 성향, 부모님의 교육 방침에 따라 다 다르겠지만 저희가 그동안 느낀 부분들을 위주로 설명드려 보겠습니다. 

 

 

영어 유치원은 어떤 아이가 가면 좋을까요?

어린이들 가운데, 간혹 언어적으로 발달이 빠르거나 집에서 어려서부터 영어 그림책이나 미디어를 꾸준히 접하게 해 준 덕분에 영어로 말할 기회를 갖기를 원하는 아이들이 있어요. 나 이렇게 영어를 할 수 있으니 영어로 대화를 나누고 싶고, 영어로 다른 친구들과 놀이도 하고 싶은데 유치원이나 놀이터에서 아무도 내 말을 못 알아들어주니 답답함을 느끼는 아이들이죠. 이런 친구들은 영어 유치원에 가면 큰 스트레스 없이 너무 재미있게 잘 다닐 수 있고, 영어로 말할 수 있는 기회도 충분히 가져서 많이 실력이 향상되기도 할 거예요. 하지만, 우리 주변에 이런 성향의 아이들이 그렇게 흔하지는 않죠. 저나 저희 남편은 사실 이렇게 영어로 너무 말하고 싶어 하고 영어를 좋아하는 아이들 말고는 영어 유치원에 보냈을 때 얻을 수 있는 시간 대비, 투자 대비 효과가 그렇게 까지 크지는 않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부모님의 욕심으로 영어 유치원에 열심히 보냈다가 오히려 정작 영어를 공부해야 할 시기에 영어를 쳐다보기도 싫어하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꽤 많아요. 이런 아이들은 나중에 영어에 대한 흥미를 다시 불러일으켜 주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답니다. 우리 아이가 어떤 성향인지, 영어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등등 보내시기 전에 잘 생각해보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정말 다니기 싫은데, 엄마가 좋아하는 걸 알기 때문에 억지로 꾹 참고 다니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영어 유치원에 보내지 않으면, 나중에 발음 교정이 힘들다고 하던데요

엄마표 영어에 대해 많은 분들이 걱정하시는 사항입니다. 어릴 때 영어 유치원에 보내서 원어민 발음을 충분히 접할 수 있게 해 줘야 성인이 돼서 한국식 발음 교정하려고 고생하지 않는다는 거죠. 어느 부분 맞는 말씀이기도 하지만, 단지 영어 유치원에 보내는 목적이 원어민 발음의 습득이라고 한다면 이는 엄마표 영어로도 충분히 가능하세요. 원어민이 아닌 엄마가 책을 읽어줄 수도 있지만, 우리에게는 유튜브를 포함해서 이용할 수 있는 원어민 발음의 미디어 자료들이 충분히 있습니다. 아이들은 원어민 발음에 꾸준히 노출을 시켜주면, 아 이게 맞는 발음이구나 하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따라 하게 되어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나라에서는 북미식 발음만이 맞는 발음이라고 고집을 하지만 영어는 세계 공용어인 만큼 정말 다양한 악센트들이 있어요. 설령 우리 아이가 우리가 아는 원어민 발음인, 북미식 악센트를 잘 구사하지 못한다고 해도 잘 정돈된 문장과 유창성으로 아이가 원하는 바를 잘 표현할 수 있다면, 외국인으로서 그 정도만 해도 정말 충분하지 않나요? 

 

영어 조기 교육보다 중요한 것은? 

저는 영어 조기 교육, 혹은 어떠한 과목의 조기 교육보다 중요한 것이 유아기에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부모와 아이 간의 교감과 상호 작용이지요. 물론 아이를 키우다 보면, 싫어도 해야 하는 일이 있다고 가르쳐야 할 부분이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어린 나이에 영어 교육, 한글 교육, 수학 교육 등등 각종 조기 교육에 매몰되어 부모와의 관계를 망치게 된다면, 그것만큼은 나중에 되돌리기 쉽지 않은 것이라 생각해요. 저도 엄마표 영어에 대한 글을 블로그에 쓰고 있지만, 제가 지향하는 엄마표 영어는 아이가 책을 억지로 읽고, 스트레스받아가며 워크시트를 풀도록 하는 게 절대 아니에요. 엄마와 아이가 서로 스트레스받지 않을 만큼 아이가 읽고 싶은 책, 보고 싶은 미디어를 스스로 고르도록 하고,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엄마의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고, 그 안에서 엄마와의 교감은 물론 영어에의 흥미를 유발하고 스스로 깨우치도록 할 수 있는 그런 엄마표 영어를 저는 항상 생각하고 있답니다.